
날이 더워지면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원장님, 우리 아이는 자고 일어나면 베개가 흠뻑 젖어 있어요”, “실내 온도도 안 높은데 머리만 비 맞은 것처럼 젖어요” 하는 걱정입니다. 이제 막 여름이 시작했는데 새벽 내내 축축해진 아이 머리를 만지다 보면 이거 괜찮은 건가 싶어지시죠. 저도 해운대에서 14년간 소아 진료를 하며 같은 고민을 정말 많이 만났고, 31개월 아들을 키우며 밤새 축축한 머리를 수건으로 닦아 준 밤도 많았거든요. 오늘은 자는 동안 유독 땀이 많은 아이를 한의원에서 어떻게 보는지, 언제까지가 자연스럽고 언제 살펴야 하는지 차근차근 짚어 드릴게요.
아이 밤에 땀, 어디까지가 정상일까요
먼저 조금 안심시켜 드리고 싶어요. 아이들이 어른보다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아이는 성인에 비해 기초 대사율이 높고, 체온을 조절하는 중추가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조금만 더워도 쉽게 땀을 흘리게 됩니다.

특히 잠들고 1시간에서 2시간 사이에 머리와 뒷덜미가 젖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깊은 잠으로 들어가려고 체온을 살짝 낮추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지요. 잘 먹고 잘 자고 낮에 활동도 잘 한다면, 베개가 젖는다는 이유만으로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이런 신호가 함께 보이면 살펴 주세요
하지만 모든 경우가 정상적인 것은 아닙니다. 아래와 같은 신호가 함께 보인다면 한 번 살펴볼 상황일 수 있어요.
- 자는 동안 이마와 뒷머리뿐 아니라 온몸이 젖어 잠을 설칠 정도입니다.
- 이불과 베개, 옷이 축축하게 젖을 만큼 땀의 양이 많습니다.
- 밤낮 가리지 않고 땀을 줄줄 흘립니다.

이런 신호가 두세 가지 이상 함께 나타나거나, 땀 때문에 아이가 잠을 설치고 다음 날 컨디션이 처진다면 방치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땀이 많은 것 자체는 걱정할 일이 아니지만, 다른 증상이 함께 따라온다면 원인을 한 번 짚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밤에 흘리는 땀, 한의원에서는 도한으로 봅니다
한의학에서는 땀이 나는 부위와 양상에 따라 땀을 구분하고, 그에 따라 원인과 돌보는 방향도 달라집니다. 그중 밤에 자는 동안 흘리는 땀을 도한이라고 해요. 도한의 도는 도둑 도 자를 써서, 잠든 사이 땀을 도둑맞듯 흘린다는 뜻입니다. 아이가 자는 도중 머리부터 온몸까지 축축할 정도로 땀을 흘리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도한은 몸 안의 혈이 부족하거나, 속열(몸 안에 과하게 쌓인 열)이 과할 때 나타난다고 봅니다. 그래서 혈을 보충하고 몸을 촉촉하게 해 주면서 속열을 조절하는 방향으로 다룹니다. 다만 같은 도한이라도 아이마다 결이 달라서, 한의원에서는 아이의 체질과 전반적인 몸 상태를 함께 살핍니다.
활동적이고 열이 많은 아이
활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면서 땀도 많은 아이는 속열이 높은 체질일 수 있습니다. 더위를 많이 타고 찬 걸 좋아하며, 잠들 때 이불을 걷어차는 경우가 많지요. 이런 아이는 과한 속열을 적절히 조절해 주고 정상적인 순환을 회복시켜 주는 방향으로 봅니다.

체력이 약하고 쉽게 지치는 아이
반대로 평소 체력이 약하고 쉽게 피로해하면서,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많이 나고 기운이 빠지는 아이도 있습니다. 키나 체중이 또래보다 작고, 감기를 자주 하고 식욕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고요. 이런 아이는 약한 기운을 보강하고 면역력을 높여 주면서, 땀으로 빠져나간 진액을 채워 주는 방향이 필요합니다.
같은 머리 땀이어도 속열을 풀어 줄 아이가 있고 기운을 채워 줄 아이가 있어서, 그 방향을 진료에서 함께 정합니다. 치료는 주로 아이에게 맞춘 개별 한약 처방으로 가는 경우가 많고, 필요에 따라 침 치료나 뜸 치료, 부항 치료를 함께 하기도 합니다. 한약은 돌 무렵부터 아이의 월령과 체중, 체질에 맞춰 처방하며 용량이나 제형도 아이에 맞게 조절합니다.
집에서는 잠자리 온도부터 챙겨 주세요
땀 흘린다고 에어컨을 못 틀겠다는 부모님이 많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살짝 서늘하게 해 주는 것이 땀을 줄여 감기를 예방해 줍니다. 잠들기 30분 전부터 1시간에서 2시간까지는 방 안을 21도에서 23도 정도로 맞춰 주세요.

우리나라는 아이를 덥게 키우는 문화가 있어서 오히려 땀을 더 나게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바람이 아이에게 직접 닿지 않게 하고, 새벽에는 이불을 한 번 더 덮어 주시면 됩니다. 여름이 깊어질수록 땀이 많은 아이는 더 힘들어집니다. 땀이 빠지면 쉽게 지치고, 지치면 입맛이 줄고, 입맛이 줄면 더위를 버티는 힘까지 약해지거든요. 그래서 한여름에 접어들기 전인 지금 미리 챙겨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럴 땐 진료를 받아 주세요
앞에서 말씀드린 신호들이 두세 가지 이상 함께 보이거나, 땀 때문에 아이가 잠을 설치고 컨디션이 처진다면 한 번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매일같이 베개를 갈아 주다 보면 얘 어디 안 좋은 게 아닐까 싶으실 수 있지만, 잘 먹고 잘 자고 활동도 잘 한다면 대부분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다만 땀을 흘린 뒤 유독 지치거나, 더위가 깊어질수록 컨디션이 처진다면 내원하셔서 체질과 컨디션을 함께 살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해운대 함소아한의원에서 아이의 체질과 몸 상태를 차근차근 함께 짚어 드릴게요.